2021 01~03 토스 공채 회고

2021.01.20 토스 공채 지원 (토스 코어 Server Developer (Internal Product) 포지션), 2021.02.25 최종 합격 후 2021.03.12 사양까지의 약 40일간의 기간을 간단하게 회고합니다.

  • 회고 형식으로, 본문에서는 평어체를 사용합니다.
  • 면접 준비 방법, 면접의 질문등을 소개하기 보다는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기록하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 면접 질문 자체는 굉장히 예상 가능한 질문들입니다. 문화 적합성 면접에서 나오는 질문 또한 다른 회사들의 소위 인성, 팀 적합성 면접 등에서 나오는 질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 직무 면접에서는 정말 이 지원자가 평소에 코드를 발전시키기 위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구나, 이 기술에 대해 정말 자세히 알고 있구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질문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즉, 의도를 가지고 코드를 짜는지, 기술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는지 등)

왜 지원했나?

토스는 한번쯤 지원해보고 싶은 회사였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였고, 개발자로서 정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왔다. 대우까지 잘 해주니, 지원해보고 싶었던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지사. 마침 1월에 우연히 토스 공채 공고를 보았고, 정말 1초만에 포지션을 검색하고 지원까지 마쳤다.

이전 몇달간은 머신러닝에서 백엔드로 커리어를 전환하며 경험을 쌓고 있는 시기였다. 간단한 API 서버 몇 개와 백오피스를 (풀스택이라고 부르기 민망하지만 어쨌든 풀스택으로) 개발했다. 개발로 발을 들인지 시간이 조금 지나고, 백엔드를 경험하며 혼자 하고 있는 여러 고민들을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고민의 결과가 토스 지원으로 이어졌다.

과정

지원부터 처우 협의까지는 아래 과정으로 진행됐다. 사전 과제 이후 1차 직무 면접 사이에는 설 연휴가 껴 있어 텀이 조금 있다.

  • 2021.01.20 토스 코어 Server Developer (Internal Product) 포지션 지원
  • 2021.01.22 사전 과제 연락 및 일정 협의
  • 2021.02.06 (토) 사전 과제 수행 및 제출 (8시간)
  • 2021.02.15 (월) (설 연휴 이후) 서류 전형 통과 및 1차 직무 면접 일정 협의
  • 2021.02.19 (금) 1차 직무 면접 (11:30 ~ 13:00). 한시간 뒤 합격 연락 및 2차 면접 일정 협의
  • 2021.02.25 (목) 2차 문화적합성 면접 (15:00 ~ 16:00) 약 한시간의 면접 직후 합격 연락. 그날 저녁 처우 협의 관련 메일 수신
  • 2021.03.05 (금) Offer Letter 수신
  • 2021.03.12 (금) Offer Letter 수신 이후 몇 차례 메일을 더 주고 받은 뒤 최종 거절

사전 과제

사전 과제 전

사전 과제 안내 메일에서 어떠한 기술을 사용할지 간단하게 안내받는다. 안내문을 통해 어떠한 과제를 수행할 지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사전 과제 일정 협의 후 사전 과제 전까지는 계속해서 해당 기술들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장고를 기반으로 과제가 나올 것 같아 (실제로도 장고로 과제를 수행했고, 포지션 공고문에서도 기술 스택으로 장고를 요구하고 있다.) 장고를 이용해 간단한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실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였던 건 장고로 어떻게 어플리케이션을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API, 서비스 등등의 설계)

사전 과제 당일

사전 과제 당일, 조용하게 집중할 수 있는 장소에서 과제를 진행했다. 과제는 얼핏 어렵지 않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많은 생각을 요하는 과제였다. 결과적으로 과제에서 요구하는 몇 가지 요구 사항 중 한가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제출했다. 시간이 부족해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없었고, 최대한 깔끔하게 코드를 작성했으며, 에러가 없이 동작하는데 집중해 제출했다.

직무 면접

직무 면접 준비

직무 면접을 준비하면서는 사전 과제에서 사용했던 기술을 공부했다. 기술은 해당 기술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그 원리까지 상세하게 공부했다. 또한 내가 제출한 결과물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준비 방향이 직무 면접에서 적중했고, 직무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면접관과도 편하게 이야기했고, 면접관의 반응도 좋았다.)

직무 면접 당일

직무 면접 당일, 채용팀 코디네이터께서 화상 면접 환경 세팅을 도와주신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면접은 구글 밋업을 이용한 화상 면접으로 진행됐다.)

직무 면접은 Internal Product팀의 개발자 세분과 진행했다. 한분은 문화 관련, 나머지 분들은 개발 관련 질문을 해주셨다. 직무 면접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사전 과제, 그동안 진행해온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과 더불어 개발에 대한 생각, 지원 동기 등 지원자의 철학/생각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많은 질문들이 사전 과제, 또한 프로젝트를 더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질문이었고, 이러한 것들은 평소에도 끊임없이 해왔던 고민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물론 자세하게 대답하지 못한 질문도 있었고, 정말 모르겠던 질문 (예로 들면 파이썬의 이벤트 루프가 코루틴을 기다리는 동안, 해당 코루틴은 어디서 실행될까라는 질문)도 있었지만, 최소한 모르는 것을 안다고 대답하진 않았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바로 답했다.) 지원 동기, 개발/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도 평소 해왔던 고민들의 연장선 혹은 그와 맞닿아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면접을 마치고 한시간 뒤 합격 전화를 받았고, 2차 문화적합성 면접 일정을 잡았다.

문화 적합성 면접

문화 적합성 면접 준비

문화 적합성 면접 준비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토스팀 블로그의 문화/팀/업무 관련 모든 포스팅을 읽고 자세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토스팀이 지향하는 문화, 일하는 방식, 코어 밸류를 확인했다. 다음으로는 나에 대해 정리했다. 나는 왜 일하는가, 나는 어떨때 동기부여가 되는가 등부터 나의 단점 등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했다. 단, 이 과정에서 토스팀의 문화, 가치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진 않았다. 내가 일하는 방식, 동기부여가 되는 방식이 토스팀에서 추구하는 바와 닮아 있었고, 나라는 사람을 토스팀의 문화에 맞게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면접 중 가장 힘들고 괴로웠으며 스트레스가 심했다.

문화 적합성 면접 당일

면접은 CTO와 1대1로 진행됐다. 1차 직무 면접보다는 좀더 엄숙한 분위기였다. 1차 면접보다는 긴장을 좀 더 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내가 준비했던 것들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지금까지의 면접 중 이렇게 솔직하게 답변했던 면접이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현 상황, 내가 가고자 하는 길 등에 대해 가감없이 답변했다. 사실 마지막 Q&A (내가 회사에 하는 질문) 이후 면접관분의 표정이 썩 좋아보이진 않길래 떨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떨어졌구나라는 생각, 동시에 드디어 괴로운 시간들이 끝났구나라는 안도의 한숨을 채 내쉬기도 전에 합격 연락을 받았다. 합격 연락을 받았을 때는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드디어라는 생각이 너무 컸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면접 중 가장 괴로웠으며, 근 한달동안 제대로된 식사도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처우 협의, 그리고 더 괴로운 고민의 시간

토스에서 보내온 Offer Letter에는 언론과 채용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는 것처럼, 정말 좋은 조건이 담겨 있었다. (물론 그만큼 몰입해서 일을 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이미 각오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조건을 거절하고 현 회사를 더 다니기로 했다.

기나긴 고민의 과정들은 공개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이 기간은 괴로웠다고 생각했던 1/2차 면접 준비 과정보다 곱절로 힘들었다. 정말 이 시기에는 저녁을 제대로 먹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지난하고 괴로운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 객관적으로 보면 당연히 가야 하고, 정말 내 커리어에서 퀀텀 점프를 이룩할 수 있는 것은 틀림없었겠지만, 결국은 그 시간을 1년 더 미루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다. 다만, 토스에 가지 않은 것은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결심을 가지고 한 결정이기 때문에 1년 후에도 똑같이 1년 전의 결정을 아쉬워하고 후회한다면 그것은 오롯이 내 잘못일 것이다.

단, 토스 공채를 진행하며 몇 가지 만족스러웠던 점이 있다면 1) 토스에 입사할 실력 혹은 역량을 가졌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했다는 점 2) 면접 준비를 잘 했고, 그 결과 또한 좋아서 이후 다른 회사에 지원할 때 아주 귀중한 경험이 됐다는 점이다.